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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연차에 200만 원 더 받는데, 프리랜서를 안 하는 개발자들

같은 연차에 200만 원 더 받는데, 프리랜서를 안 하는 개발자들

 

"선배님은 왜 프리 안 나가세요? 지금 단가 좋은데."

"같은 연차인데 프리가 실수령 200은 더 가져간다던데, 손해 보는 거 아니에요?"

"개발자 35살 넘으면 끝이라는데,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죠."

 

솔루션 개발 회사에서만 12년을 보내는 동안 저런 말을 셀 수 없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면, 프리랜서를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게 아닙니다.

오히려 자주 흔들렸어요.

 

같은 경력 기준으로 프리가 월 200만 원을 더 가져간다는 계산이 눈앞에 있는데,

안 흔들리면 그게 이상한 거죠.

 

이 글은 "프리랜서는 별로다"라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 주변에서 프리로 전향한 친구들은 대부분 돈을 많이 벌었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예요.

 

다만 저는 끝내 안 했고, 그 이유를 돈 계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12년 차에서 뒤를 돌아보니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느끼는데,

그 과정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같이 따져보면 좋겠어요.

📋 목차

  1. 프리가 돈을 더 버는 건 진짜입니다
  2. "35살 넘으면 은퇴"가 진심이던 시절
  3. 제가 멈칫한 첫 번째 이유 - 기술이 안 큽니다
  4. 결정적이었던 건 사실 '사람'이었어요
  5. 결혼이 계산식을 바꿔버렸습니다
  6. 그리고 AI 시대가 답을 대신 내줬습니다

1. 프리가 돈을 더 버는 건 진짜입니다

먼저 인정하고 갈게요. 프리랜서가 정규직보다 손에 쥐는 돈이 많다는 건 감정이 아니라 숫자의 문제입니다. 위시켓이 공개한 2025년 상반기 리포트를 보면, 백엔드 시니어 프리랜서의 월 평균 단가가 730만 원대, 프론트엔드 시니어는 758만 원대로 잡혀 있었어요. 직군과 경력에 따라 7년 차 이상은 3년 차보다 단가가 200만 원 넘게 벌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 단가는 어디까지나 '계약 기준'입니다


저 숫자는 계약 단가이고,

4대 보험·퇴직금·유급휴가가 없는 프리랜서 특성을 빼고 보면 실수령 격차가 그대로 유지되진 않아요.

그래도 같은 연차 정규직과 단순 비교하면 매달 꽤 큰 차이가 나는 건 맞습니다.

 

 

제 친구들도 그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프리로 빠진 친구들은, 통장 잔고만 놓고 보면 저를 앞질러 갔어요. 명절에 만나 차 얘기, 집 얘기가 나오면 살짝 작아지는 기분도 들었고요. 그러니 제가 "돈 때문에 정규직에 남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돈만 보면 저는 손해 보는 선택을 한 거예요.

그런데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친구가 한 명 있어요. 원래 QA였는데, 이 길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겠다 싶어 국비 학원을 거쳐 개발자로 전향했죠. 그렇다고 곧장 프리로 뛴 것도 아니에요. 정규직으로 1년을 다진 뒤에야 프리로 나갔고, 그때부터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아남지"를 진지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버티는 건 그 고민의 결과지 운이 아니에요.

여기서 갈린다고 봅니다. 같은 프리랜서라도요. 저 친구처럼 살아남을 방법을 미리 그려두고 들어간 사람과, "프리가 더 좋다더라"는 말만 듣고 넘어간 사람은 결국 다른 길을 걸어요. 솔직히 후자는 좀 위험한 생각 같아요. 단가 숫자만 보고 뛰어들면, 정작 그 시장에서 오래 버티게 해주는 게 단가가 아니란 걸 한참 뒤에 깨닫게 되거든요.

2. "35살 넘으면 은퇴"가 진심이던 시절

제가 막 일을 시작하던 무렵, 업계에는 묘한 공포가 깔려 있었습니다. 개발자는 35살 넘으면 코딩에서 손 떼고 관리직 가거나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요. 지금 들으면 황당하지만, 그땐 다들 진지하게 그렇게 믿었어요. 커뮤니티마다 "정년 35세"라는 말이 농담처럼, 그러나 농담만은 아닌 톤으로 떠돌았습니다.

거기에 이직도 워낙 잦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한곳에 오래 다닌 걸 안정감으로 봐주지만, 그땐 한 회사에서 3년 넘게 버티면 "왜 못 옮기지, 능력이 모자란 거 아냐" 하는 소리까지 듣던 분위기였어요. 몸값은 옮겨 다니면서 올리는 거라는 게 거의 상식이었고요. 그러니 어차피 여기저기 옮겨 다닐 거라면, 차라리 프리로 단가 받으면서 도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만했죠.

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결론이 "그러면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고 빠지는 게 이득"이라는 거였어요. 어차피 오래 못 할 직업이라면, 단가 높을 때 프리로 굴려서 현금을 쌓는 게 합리적이잖아요. 저도 이 논리에 한참 설득당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리더군요. 한 커뮤니티에서 "한때 개발자 정년이 35세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틀렸더라"는 글을 보고 묘하게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시장은 신입을 싸게 쓰던 구조에서 경력직을 찾는 구조로 바뀌었고, 40대, 50대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분들이 늘었어요. 그러니까 "바짝 벌고 빠진다"는 전략의 '빠지는 시점'이 제 예상보다 훨씬 뒤로 밀린 겁니다. 이게 첫 번째 균열이었어요.

3. 제가 멈칫한 첫 번째 이유 - 기술이 안 큽니다

돈 다음으로 제가 진지하게 따진 건 "그래서 5년 뒤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어 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프리랜서라는 선택지가 처음으로 삐걱댔어요.

프리랜서에게는 보통 고도로 어려운 업무를 잘 안 맡깁니다. 책임 소재도 애매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는 사람한테 핵심 설계를 통째로 넘기긴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래서 돌아오는 일이 대체로 CRUD, 그러니까 화면 만들고 데이터 넣고 빼는 정형화된 작업에 몰립니다. 단가는 높은데, 5년을 그렇게 보내면 기술 스택은 제자리일 수 있다는 거죠.

 

 

💡 단가와 성장은 같은 방향이 아닙니다


높은 단가는 '지금의 내 시장 가치'를 보여주지만,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헤맨 경험은 '5년 뒤의 내 가치'를 만듭니다.

 

저는 후자가 더 무섭게 느껴졌어요.

 

당장의 200만 원보다,

5년 뒤에 제가 아무것도 새로 못 배운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요.

 

 

저는 그 무렵 한참 실력에 집착하던 시기였습니다. WebSocket이며 NoSQL이며 AWS, Docker를 붙잡고 끙끙대던 때였는데, 회사에 있으니까 그런 골치 아픈 걸 떠넘김받을 기회가 있었어요. 짜증 나고 야근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저를 키웠습니다. 프리로 나갔다면 그런 '귀찮은 성장'을 일부러 찾아야 했을 텐데,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4. 결정적이었던 건 사실 '사람'이었어요

여기서부터가 제가 프리를 끝내 접은 진짜 이유입니다. 기술이나 돈보다, 그 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결이 저랑 안 맞았어요.

현장에서 프리랜서분들과 일하다 보면 두 부류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잘못 알고 있는 걸 확신에 차서 말하는 분들이었어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 그거 그렇게 동작하는 거 아닌데" 싶은데, 본인은 너무 당당해서 정정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종종 생겼습니다. 또 하나는 그냥 시간만 때우다 가는 분들이었고요. 계약 기간 동안 딱 욕 안 먹을 만큼만 하고 빠지는 거죠.

 

 

"실력 좋으면 프리 나가야지."

이 말,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물론 실력 좋은 프리랜서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대개 누군가는 해야 하는 포지션, 그러니까 새 기술이라 막막하고 손이 많이 가는 '짜치는' 일을 묵묵히 맡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대로 자기 영업을 잘하는 분들은 머릿수 채워서 견적 부풀리는 자리에 들어가고, 정작 개인 시간엔 다음 일을 위한 공부를 하거나 PM, PL 자리를 노리며 인맥을 관리하더라고요.

이게 제가 느낀 이 시장의 본질입니다. 결국 인맥으로 굴러가는 구조라, 사람을 좋아하고 잘 맞춰주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영업할 줄 아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아요. 실력은 기본값이고, 그 위에 영업력이 얹어져야 하는 거죠. 저는 코드 붙잡고 문제 푸는 건 좋아해도, 술자리에서 다음 계약을 따내는 종류의 일은 영 자신이 없었습니다.

5. 결혼이 계산식을 바꿔버렸습니다

여기에 현실적인 변수가 하나 더 있었어요. 결혼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프리랜서 시장은 커뮤니케이션, 더 솔직히는 술자리와 인맥 관리로 다음 일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혼이고 시간이 자유로울 땐 그게 가능했을지 몰라요. 그런데 가정이 생기고 나니 그림이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평일 저녁마다 영업성 자리에 나가는 걸 아내가 반길 리가 없죠. 저라도 반대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프리랜서는 단순히 "돈 더 받고 일하는 형태"가 아니라, "퇴근 후 시간까지 영업에 갈아 넣어야 유지되는 삶"에 가까웠어요. 가정을 지키면서 그걸 병행할 자신이 저는 없었습니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제 우선순위가 거기에 있지 않았다는 얘기예요.

6. 그리고 AI 시대가 답을 대신 내줬습니다

마지막은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입니다. 바로 AI예요. 솔직히 이건 제가 잘 판단해서 피한 게 아니라, 운이 좋게 결과가 그렇게 흘러간 쪽에 가깝습니다.

지금(2026년) 시장 데이터를 보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한 집계 기준으로 2026년 1분기 주니어 개발자 채용 공고가 67% 가까이 줄었고, 스탠퍼드 연구에서는 22~25세 개발자 고용이 2022년 말 대비 20% 감소했다는 추적 결과가 나왔어요. 반면 AI를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의 몸값은 오히려 올랐고요. 같은 원인에서 나온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 AI가 가장 먼저 삼킨 게 바로 그 'CRUD'였습니다


한 인터뷰에서는 AI가 CRUD 같은 정형화된 로직 작업에서 압도적으로 빠르다며,

"지시 잘 따르는 주니어 5명과 일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러면서 부트캠프식 단순 코더의 자리가 줄어들 거라고 봤습니다.

 

 

여기서 묘한 아이러니가 생깁니다. 만약 제가 단가만 보고 프리로 나가서 5년 내내 CRUD만 찍어냈다면, 지금 제 자리는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려는 영역과 정확히 겹쳤을 거예요. 회사에 남아서 어렵고 귀찮은 문제를 붙잡았던 게, 의도치 않게 안전벨트가 된 셈입니다.

물론 이게 "정규직이 정답"이라는 결론은 아닙니다. AI 시대에도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을 조율하는 시니어의 역할은 남는다는 게 중론이고, 그건 프리랜서든 정규직이든 마찬가지예요. 중요한 건 고용 형태가 아니라 "내가 대체 안 되는 무언가를 쌓고 있는가"였던 거죠.

지금까지 따져본 걸 표 하나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자기 성향에 따라 무게추가 달라지는 항목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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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프리랜서 정규직
월 수입 높음 (시니어 단가 700만 원대) 상대적으로 낮음
4대 보험·퇴직금 없음 (본인 부담) 있음
맡는 업무 CRUD 등 정형 작업에 몰리기 쉬움 난이도 높은 설계까지 맡을 기회
기술 성장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정체 어려운 문제로 떠밀리며 성장
고용 안정성 계약 단위, 일이 끊기면 공백 상대적으로 안정적
오래 버티는 조건 영업력·인맥 관리가 실력만큼 중요 조직 적응력과 꾸준한 성과
AI 시대 영향 단순 작업 비중 클수록 직격탄 문제 정의·조율 역할로 이동 여지

마무리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같은 경력에 월 200만 원을 더 준다는데 왜 안 했냐고요. 돈만 보면 저는 분명히 손해를 봤습니다. 프리로 간 친구들이 더 많이 벌었다는 것도 사실이고요.

 

다만 저는 돈 말고도 따질 게 많았어요. 기술이 자랄 여지,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의 결, 가정과 양립할 수 있는 삶의 모양, 그리고 5년 뒤의 제 모습. 그것들을 다 올려놓고 보니 저한테는 정규직이 덜 흔들리는 선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AI라는 변수까지 제 편을 들어줬지만, 그건 솔직히 운이 8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글을 "프리랜서 하지 마라"로 읽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영업이 즐겁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찾아 배울 수 있고, 가정과의 균형도 맞출 수 있는 분이라면 프리는 충분히 좋은 길이에요. 그 조건들이 저와 안 맞았을 뿐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단가표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고 5년 뒤 어디에 있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니까요.

 

저는 12년 동안 프리랜서를 끝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후회는 없냐고요.
솔직히 후회는 지금도 종종 합니다.
명절에 친구들 통장 잔고 듣고 있으면 마음이 영 안 흔들리는 건 아니에요.

다만 배가 아프진 않습니다.
그 단가 뒤에 뭐가 따라오는지 이제는 좀 알아서요.
후회는 해도 배는 안 아픈 정도 마음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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